영화

좋지 아니한가

차오롱 2007. 7. 21. 00:57

금요 이벤트. 업무시간 중 간 크게 영화 관람. 좋지 아니한가. 소속사 배우들이 여럿 나오는 영화라 개봉시 봐줘야 하는게 예의겠으나 실상은 정 반대의 현실. 딴따라의 길로 접어든 이후 왠만해선 국내 개봉작을 극장에서 볼 일이 없다. 실은 인생에 있어 영화란 존재가 전보다 더 멀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간 어찌어찌 우연하게 보게 된 영화, 좋지 아니한가는 너무 좋았다. 미국의 미스 리틀 선샤인과도 살짝 닮은 이 영화, 어찌나 신선하던지. 원조 교제 하는 여자 친구에게 앞으로 다신 그러지 말라며 부모님께 거짓말 하고 받은 돈을 찔러주고 달려 나오는 아들. 그런 아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늠름한 딸. 뭔가 나사가 두어개는 빠짐직한 헐랭이 이모. 원조 교제 의혹에 시달리는 교사 아부지. 아아 그리고 뭐라 해줄 말이 없는 어무니 감동의 우리 오마니. 아참 그리고 집 나갔다 돌아온 누렁이까지. 해가 저물면 옆집도 뒷집도 아닌 그들의 집에 들어오고, 딱히 서로들 사랑한다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한 집에서 함께 먹고 함께 잠든다. 그들은 가족이다. 좋지 아니한가.

가족이라고 해봐야 엄마와 동생 단촐하게 두 식구가 전부이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다시 들어온 것이 육개월 남짓. 집에 온지 몇일 지나지 않아 화장실 입구 조명 스위치 옆쪽에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절전" 필체로 보아하니 엄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쳤는데 몇일 뒤 포스트잇에 추가 문구가 붙었다. "소봉아~ 절전 하자!♥" 절전이라는 글자 전후로 동생이 추가로 글자를 넣은 것. 엄니의 절전 메모는 바로 내가 주인공이었던 거다.  혼자 살면서 항상 불을 훤하게 키고 지내다보니 이젠 어딜 가든 왔다간 흔적을 이런 식으로 남기는게 습관이 된 것을 두 모녀가 그냥 넘길 수 없었던 모냥. 아직도 나는 샤워를 하고, 볼일을 보고 깜빡하여 화장실 불을 켜두고 나온다. 두 모녀는 내가 켜둔 불을 번갈아가며 참 열심히도 꺼준다. 물론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제발 불 좀 끄라고. 그럼 나 역시 뒤지지 않고 꼭 한 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얼마면 되는데? 자꾸 구박하면 나 다시 집 나갈꺼야! 우리도 가족이다.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