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먹이 운다
차오롱
2007. 1. 26. 14:51
흐드러지게 핀 꽃길을 50대 남자와 단 둘이 걸었다. 배가 고파 빵을 먹으러 가자 졸랐다. 30대 남자가 이내 합류하여 우린 함께 빵을 먹으러 갔다. 빵을 고르고, 빵과 함께 마실 음료를 선택한 것도 나의 역할. 싫다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영화를 보러 가자 졸랐다. 서른 몇 살 남자와 쉰 몇 살 남자를 양 옆에 두고 '주먹이 운다'를 봤다. 기구한 사연의 두 주먹들 사이에서 두 주먹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차라리 내가 저 링 안으로 들어가는게 편하겠다 싶은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강태식를 응원하다 유상환을 응원하고. 또 금세 마음이 바뀌고. 나는 참 지조도 없지 피씩거리면서. 영화 내내 어찌나 입술을 여러번 깨물었던지 극장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입술이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도톰해졌다. 영화는 생각보다 길었다. 상암 CGV 바깥으로 짙은 어둠이 깔리고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또 다시 내가 제안을 한다. 배가 고픈데 우리 저녁먹으러 가요. 해물찜 어때요?
내가 빵을 사고, 영화 티켓을 끊고, 저녁을 샀다. 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얼 하자 먼저 제안할 수 없었을텐데 나는 눈치도 없이 계속 그들을 졸라댔다. 영화 속 대사중에 잊혀지지 않는 한 구절. 식당 주인이 인생 끝장난 것 처럼 들이대는 태식에게 말한다. 이 세상에 사연 있는 사람 너 하나뿐이 아니야! 그 말 들으면서 얼마나 찔렸는지 모른다. 어쩌면 양 옆의 두 주먹들도 나 만큼 찔렸을거다.
2005. 04. 18
내가 빵을 사고, 영화 티켓을 끊고, 저녁을 샀다. 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얼 하자 먼저 제안할 수 없었을텐데 나는 눈치도 없이 계속 그들을 졸라댔다. 영화 속 대사중에 잊혀지지 않는 한 구절. 식당 주인이 인생 끝장난 것 처럼 들이대는 태식에게 말한다. 이 세상에 사연 있는 사람 너 하나뿐이 아니야! 그 말 들으면서 얼마나 찔렸는지 모른다. 어쩌면 양 옆의 두 주먹들도 나 만큼 찔렸을거다.
2005. 0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