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은 대도시 부산에 인접한 소도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완벽한 무관심도, 옆집 숱가락이 몇 개인지 알만한 씨족 부락 사회의 골때리는 친밀함도 아닌 정도의 관심. 어정쩡한 거리의 관계에서 싹트는 욕망과 얕은 호기심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정도의 공간에서 인간의 속물적인 속성은 극대화된다. 스스로를 적당히 드러내며 과시할 줄 알아야 하며 대책없는 상대의 관심과 호기심어린 눈길을 제압하고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속에서 개인은 저마다 비밀스런 방식으로 살기 마련이다. 내 마음 속에 지옥이 있다. 내 마음 속에 천국이 있다. 당신이 보고 있건 아니건 그건 중요치 않아. 당신이 보이건 보이지 않건 그 또한 중요치 않아. 세상에 숨쉬고 있는 누구에게나 비밀스런 태양은 빛난다. 밀양은 Secret Sunshine이다.
이번 영화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그건 바로 송강호다. 밀양 사투리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영화 전반을 끌고 가는 카센타 김사장(송강호)의 아슬아슬하고 절묘한 힘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테고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 재미는 확실히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밀양 사투리는 커녕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있을리 만무한 깐의 관객들이나 외신 기자들이 과연 이 영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 하는 안타까움. 결과적으로 전도연은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매우 운 좋은 배우가 되었다.
오아시스 이후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는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힘이 커졌다고들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혼을 잠식하던 불안과 아슬아슬한 기운의 정체가 불편이라면 난 앞으로도 기꺼이 그의 불편한 힘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며 느끼는 해방감으로 난 잠시간 매우 행복했다. 그 순간 내 손에 전화기가 들려있었다면 그에게 전화해서 따뜻한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 아마도 사랑한다고 말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