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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6   [JIFF]전주 유람기


icon [JIFF]전주 유람기
영화 | 2007. 1. 26. 15:26
날씨와 영화제 현지 상황(과도한 예매율)으로 하루 일찍 귀가. 여행의 최고 효용은 집이 좋고 가족이 좋구나 하는 걸 새삼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닐까. 서른 여섯 시간만에 돌아온 집. 그저 집이었던 이곳이 세상에서 제일 편안하고 살기 좋은 집으로 변해있다니.


양사재...숙소였던 양사재는 사진 이미지 보다 훨 소박한 곳이다. 이쁘게 말하자면 그렇고 적나라하게 까자면 홈페이지 이미지는 구라샷이다. 그래서 실망했다거나 나빴다는 건 아닌데 이건 좀 심하지 않냐는 것이 양사재에 함께 묶었던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 시조 시인 이병기 선생이 기거하던 방에 머물렀다. 문지방 넘어 짧게 난 마루에 걸터 앉아 밤바람과 곁들여 마시는 와인의 맛, 그건 직접 마셔봐야 안다. 정갈한 아침상도 좋았고 간밤 양사재에서 머물었던 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이곳이 아닌가 싶다.

편의점...양사재에 짐을 풀고보니 역시나 중요한 물건(렌즈 클리너)을 두고 왔길래 주인 아저씨에게 24시간 편의점이 있느냐 물었다. 좀 멀긴 하지만 있다며 꼼꼼이 설명해주시는 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었다. 설명대로 이정표가 나오고 건물도 나도고 편의점도 나왔다. 그런데 편의점이 서울에서 흔히 보는 패밀리마트.미니스탑 이런 곳이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였다. 그 동네는 수퍼이름이 죄다 -편의점 이더라. 맙소사. 결국 소프트렌즈는 생수와 하룻밤 운명을 함께 했다.

사진...C2 건전지 가격이 충무로 가격 대비 2배. 필름 가격도 1.5배. 이것 저것 세 롤을 찍는 동안 느낀 건 이곳에 있는 젊은 친구들의 에너지가 극심하게 떨어진다는 것. 생기 가득한 젊음을 필름 가득히 담아오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 도무지 카메라를 들이댈 맛이 안났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파트너였던 언니가 그런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진짜 확실히 그런게 느껴진다고. 선생보다 어른스럽게 내꺼 챙기고 현실적인 인생에 몰두하는 그네들에게 젊음 열정 이런 건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국 교육의 시스템이 그들을 그렇게 내몰았는데 과연 그네들 탓이기만은 하겠느냐고. 여러 컷 젊은 친구들을 프레임 속에 넣다가 결국 즉흥적으로 피사체를 변경했다. 영화제에 참여하고 있는 다수의 젊은이들이 아닌 소수의 관람객들. 다양한 외양의 외국인, 부모를 따라 나온 어린 아이들, JIFF 자봉단들, 싸움하는 행인, 드문드문 자리 잡은 노점 상인들, 화려한 축제 속의 노숙자...물론 사진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감도 100의 흑백 필름을 400에 놓고 찍었고(이거 현상할 때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철인 28호 주인공 소년을 찍기 위해 영화 끝난 후 무대 바로 앞까지 진출 했으나 자리에 돌아와보니 렌즈 뚜껑이 닫혀있다. 또 어떤 실수(?)가 있었을 지는 필름을 현상해 보면 알 수 있겠지. 기대되는 컷이 몇 개 있다. 그래서 내일은 충무로로...가봐야 B&W는 내일 문을 닫는군.

영화...철인 28호. Donovan's Reef. 게으른 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여지란 개미 눈꼽과 견줄만 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두 영화 다 의외로 좋았다. 특히 어릴적 주말의 영화 서부극에 단골이던 존웨인의 근사한 모습을 보게되어 어찌나 기쁘던지. 60-70년대 영화들은 감정의 표현에 있어 동서를 막론하고 오바스럽긴 하지만 확실히 낭만적인 구석이 다분하다. 모름지기 영화는 영화다워야 정이간다. 정이 가는 영화였다. 많이 웃었다. 철인 28호는 일본에서 만든 실사 애니메이션. 악의 로봇 블랙 옥스에 맞서는 철인 28호의 고군 분투기. 이 영화 또한 정이 갔다. 작년 평일 관람만 생각하고 예약 없이 갔지만 나름 운은 좋았다 자위해 본다.

먹거리...종일 먹었다. 양사재의 가정식 백반, 성미당 비빔밥, 왱이집 콩나물 국밥. 다 맛있었다. 심지어는 영화 거리 길가에서 파는 꽈배기 도너츠도 맛있더라. 음식점 찾아 다닐 때만 꼼꼼하다. 이번 여행에 수첩에 메모해 갔던 유일한 정보는 음식점 정보. 이번 여행의 목적은 영화가 아니라 식도락이란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매 끼 찾아다니는 정신으로 먹었다.

날씨...전주 날씨만 그리 덥고 습한줄 알았더니. 서울도 그랬고. 경기도도 그랬고. 전국이 다 그랬다고. 오후부터 전주는 비가 왔다. 우산 사기도 애매하길래 그냥 비를 맞고 다녔는데 나중에 고속터미널 방향을 묻기 위해 인사를 건넨 전경 청년이 고속터미널까지 택시비가 많이 나올거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돈은 있느냐고. 결국 그 전경 총각은 택시타는 곳까지 친절하게 에스코트 해줬다. 꼬질꼬질해도 대접받을 수 있는 여행자 신분.

2005.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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