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bong's review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icon 공연 에 해당하는 글2 개
2007.06.17   WOZZECK
2007.02.17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


icon WOZZECK
공연 | 2007. 6. 17. 13:4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첵은 이발관 출신의 병사. 그는 가난하다. 보첵은 세상의 유일한 구원 마리를 만나고 아이를 낳았다. 그는 가난하다. 그리하여 보첵은 돈을 벌기 위하여 박사의 생체 실험 마루타에 자진해 들어가고 콩과 양고기만 먹으며 오줌을 싸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가난하다. 보첵의 여자 어여쁜 마리는 악대장과 정을 통하게되고 이 사실을 알게된 보첵은 그녀를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은 호수에 빠져 죽는다. 그는 가난하다. 보첵과 마리의 아이가 홀로 남겨졌다. 아마 그도 가난할 것이다.

우아하고 낭만적인 오페라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보체크는 매우 끔찍한 관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개선될 기미라곤 요만큼도 보이지 않는 암흑같은 삶의 연속. 인생의 희망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위선일 수 있는 현실. 가난은 불편한 것일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가난이 선택이 아닌 숙명일 경우 가난은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운명을 좌우하는 무시무시한 惡의 시작이 된다. 애미 애비가 모두 죽고 홀로 남은 아이의 뒷모습,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차라리 잔인함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음악과 무대, 관객을 홀리던 뇌쇄적인 마리의 새빨간 드레스 그리고 박수 갈채. 화려한 무대 인사 뒤로 상처와 비극은 봉인된다. 이제 아름다운 삶은 다시 각자의 몫이다.


@보체크(오승용),마리(김선정)

- 2007.6.16 LG아트센터 (special thaks to cucu)


arrow 트랙백 | 댓글



icon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
공연 | 2007. 2. 17. 23:4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 출처 : 극단 미추 홈페이지

"나는 하느님한테 용서를 구하지 않아. 사람들...당신한테 용서를 구할 뿐이지. 용서해줘."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아직도 커다란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는 엄마에게 딸이 묻는다. 어땠어? 이젠 아빠를 용서할 수 있을것 같아? 아니. 그녀의 음성은 낮고 대답은 단호하다. 딸은 깔깔깔 웃는다. 엄마도 베시시 웃는다. 그럼 되었다. 세상의 사랑이 모두 같은 모양일 수 없다면 그저 이 순간 웃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모녀는 행복할테니. 살다보면 도무지 이것이 나의 현실이라 인정하기 싫은 끔찍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그러한 상처를 감쪽같이 봉합하는 마법같은 일들도 생긴다. 때론 희망이 잔인한 것이라 믿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벽장 속 요정의 기적을 지켜보며 나는 아직 더 많은 희망을 믿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연극속 그녀가 노래한것 처럼 살아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니까.

벽속의 요정은 김성녀씨의 뮤지컬 모노 드라마다. 그녀가 무대에 올랐던 연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녀를 위해 기립 박수를 보냈던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사실 연극을 보며 놀라고 긴장하던 것이 무대 위를 뜨겁게 달구던 그녀의 아슬아슬한 열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무대 위 수많은 배역으로 바꿔가며 무대 밖으로 손을 내밀었을 때, 너무나도 적극적이며 따뜻하게 그녀를 잡아주는 관객들. 그들이야말로 내겐 대단한 구경거리이며 자극이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북받치는 감정을 자제하는 것이 문득 부끄럽다는 자각, 때문에 나는 벌떡 일어나 그들 모두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야 했다. 50年生 대단한 언니 김성녀의 재발견. 멋쟁이 극작가 배삼식의 새로운 발견. 그리고 기왕이면 벽속의 요정도 함께 발견 되길...


arrow 트랙백 | 댓글



[PREV] [1] [NEXT]
관리자  |   글쓰기
BLOG main image
Out of sight out of mind.
분류 전체보기 (45)
영화 (43)
공연 (2)
Total :
Today :
Yesterday :
rss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차오롱's Blog is powered by Daum / Designed by plyfl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