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아직 인생 경험이 미천한지라 플라토닉 러브가 무언지 모르겠다. 실은 그닥 궁금하지도 않은 듯 하다. 내가 느끼는 사랑이란 참으로 개인적이고 소박한 형태의 에로스. 그의 손이 손목에 처음 닿았을 때 온 몸을 감전시키던 백만 볼트의 에너지, 세상을 새하얗게 지워준 몽글 달콤한 키스, 그리고 당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위를 각자 하나씩 상상해보도록 하자. :-) 내 마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섹스 파트너란 표현이 맘에 들지 않는다. 남편과 섹스 파트너가 있어요 보다는 남편도 있고 애인도 있는 것이 낫지 않겠나. 아 이건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D
주인공 소피는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다른 남자와의 섹스를 시작한다. 처음 그녀는 남자와의 섹스 후 온 몸을 구석구석 씻어내더니 나중엔 남자의 체취를 몸에 남기기 위해 씻는 것을 소홀히 하게된다. 처음 그들의 섹스가 시작되었을 때는 소피 스스로 옷을 벗어 가지런하게 개어 비닐팩에 넣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여자는 남자의 도움으로 지퍼를 내리고 결국엔 온 몸을 남자에게 맡긴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남자와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게 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대단하고 세상 하나 밖에 없을 나의 사랑과 달리 남들의 사랑은 진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니겠나. 흐으. 재밌는 건 영화를 보기 전 이미 엔딩에 대한 정 반대의 두 가지 해석에 대한 논쟁들을 접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한국식 타이틀 '두번째 사랑'과 영어 타이틀 'Never Forever'의 뉘앙스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그냥 한국식으로 받아들였다. 두번째 사랑이 시작되었노라고. 중요한 건 결국엔 사랑을 통해 그녀가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써놓고 보니 이거 대단한 스포일러. (아엠쏘리...)
이 영화는 여자들의 영화다. 감독도 여성, 주인공도 여성, 아마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 취향 또한 여성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하고 위태로웠다. 빼어난 영화 음악과 영상들도 이 영화를 보는 쏠쏠한 묘미. 하정우를 보기 위해 표를 끊었지만 결국엔 베라 파미가 라는 파란 눈의 여배우에게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영화. 그녀의 투명한 피부와 사랑스러운 금발 그리고 갈아입는 족족 감탄스러웠던 예쁜 옷들...제법 오래도록 그녀의 잔상이 남을 것 같다.